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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칼럼]청소년 인권교육이 무색한 현실
    ‘인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 권리다. 즉, 천부인권(天賦人權)이다. 또 피부색이나 직업, 성별, 신체적 특징 등에 따라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일선 초‧중‧고등학교에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존중 등에 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우리 사회는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금지하고 있다. 대신 여성문제, 노동문제, 빈곤문제, 소수민족문제, 장애인문제, 국제난민문제, 환경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인권존중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노력이 있음에도 법무부 차관이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는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10분이 넘는 브리핑 시간 내내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차관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직원의 사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지금이 조선시대냐’, ‘갑질이다’, ‘대통령도 자기 우산은 자기가 든다’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취재한 많은 언론들은 “황제의전”이라고 비판했고, 기사 내용과 사진을 본 독자들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행태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독자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우산을 들고 차량으로 이동했다며 차관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런 비판 속에 결국 차관은 “엄숙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루어지도록 저희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진력을 다하는 그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 자신부터 제 주위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거듭나겠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우산을 직접 들고 행사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의 사진과 함께 비판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자신의 구두를 직접 닦았다고 한다. 이를 만류하는 비서관에게 “자신의 구두를 닦는 게 부끄러운 일인가?”라며 “세상에 천한 일이란 없네. 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국제 연합(UN)은 '세계 인권 선언'을 선포(1948년)하면서 ‘인권’을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권리로 채택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정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인간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함을 세계 인권 선언은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대로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아래 사람 없다’는 말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함을 뜻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를 기대하며, 청소년들에게 인권존중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인권교육에 반하는 사회 현상들을 접할 때면 민주시민으로서의 가치관을 확립시키려는 학교에서의 청소년 인권교육이 무색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황제 우산’에 대한 또 다른 측면의 의견들도 있다. 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회 지도층의 사람들은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지 않는 공정사회를 청소년들에게 보여주는 모범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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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8-30
  • [이현환 칼럼]삼인성호(三人成虎)』 격(格) 『네거티브(Negative)』 안 돼
    위(魏)나라의 대신 방공(龐恭)이 태자와 함께 조(趙)나라에 인질로 끌려갈 때의 이야기다. 방공이 왕에게 물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왕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두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왕은 여전히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세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또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믿을 수밖에 없겠지”라고 왕이 대답했다. 그러자 방공이 말했다.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도, 여러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이 대화는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들어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유래다. 근거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예나 지금이나 선거에 임하는 사람들은 『네거티브(Negative)』 전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네거티브는 좌우 명암 관계가 피사체와 반대인 사진의 화상을 뜻한다. 그러나 선거전(選擧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네거티브는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여 자신이 이득을 얻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수 있는 것도, 우선은 상대방의 비리라 규정짓고 공격하는 것이다. 일부 후보자들의 이런 행태는 과거 선거에 임했던 자들의 네거티브 전략이 나름 효과가 있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인성호(三人成虎)』처럼 결국에는 거짓으로 밝혀질 것도 여러 번 듣게 되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는 ‘페어플레이(fair play)가 없는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투철한 정신을 갖고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드라마틱한 미담이 되고 있다. 결승에서 아쉬운 패배를 했음에도 승자의 손을 들어주며 축하해 주고, 펜싱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다 다리를 삐끗한 선수를 향해 공격을 멈추고 장비를 재정비하게 해준 우리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체육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니겠는가 싶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승부를 가리려 하기보다는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고, 정해진 법대로 정정당당한 승리를 이끌어 내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필요하다.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미래 사회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들에게 모범으로 보여줘야 할 선거문화를 정착하자. 네거티브로 서로 물고 뜯어보았자 결국은 둘 다 멸망하는 길로 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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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8-12
  • [이현환 칼럼]자녀교육, 『틀림이 아닌 다름』 인정해야
    8살 난 이샨은 상상력이 남 다른 아이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글자들이 물고기 되어 헤엄치고, 알파벳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상상을 하는 게 일상이다. 이런 엉뚱한 생각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선생님들로부터는 모든 일에 가능성이 없는 아이로 취급당했다. 아버지 역시 무엇에든 1등하는 형과 비교하며, 엉뚱한 행동을 하는 이샨을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꾸짖기만 했다. 그러다가 이샨의 엉뚱한 행동을 고쳐보려고 규율이 엄격한 기숙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하지만, 여기서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특이한 행동 때문에 선생님들에게서 꾸중을 당하고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학교에 니쿰브 선생님이 미술 교사로 부임했다. 니쿰브 선생님은 이샨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다른 선생님들은 물론 그의 부모도 발견하지 못한 난독증이 이샨에게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다른 선생님들이 문제아로 취급했던 이샨에게서 그림그리기와 만들기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도 발견했다. 니쿰브 선생님은 이샨의 이런 장애를 가능성으로 바꾸어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열정을 다했다. 엉뚱하다 여겨지는 이샨의 상상력을 구속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격려하며 도왔다. 소외당하는 한 아이에 대한 니쿰브 선생님의 관심과 노력은 이샨으로 하여금 예전보다 훨씬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게 했다. 난독증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글도 잘 읽을 수 있게 됐고, 타고난 소질을 살려 교내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1등도 했다. 이샨의 아버지는 니쿰브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이샨에 대한 자신의 교육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샨의 이야기는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와 부모의 역할(교육방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인도 영화 「지상의 별처럼」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아이들의 개성이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말해 주고 있다. 니쿰브 선생님의 교육적 마인드를 통해 아이들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데는 선생님들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기도 한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엉뚱하다는 이유로 무시한 적은 없었는가. 모가 난 돌은 모가 나서 쓸모가 있고, 둥근 돌은 둥글어서 쓸모가 있다. 아이들의 자그마한 일탈이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는 생각으로 아이의 특별함을 존중해야 한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니쿰브 선생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아이의 장점을 살려 당당한 걸음으로 미래의 삶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교사이고 부모여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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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7-26
  • [이현환 칼럼]준법(遵法), 민주시민의 길이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解放)된 날이다. 그로부터 3년 후 1948년 총선거를 실시해 초대 국회의원을 뽑았다. 여기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헌법(憲法)을 만들고, 자주독립(自主獨立)의 민주국가(民主國家)임을 세계만방에 공포(公布)했다. 이를 기념(記念)하는 날이 바로 ‘제헌절(制憲節)’이다. 한 초등학교에선 학급별로 제헌절 계기(契機)교육을 실시했다. 제헌절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고 학교 규칙으로부터 시작하여 기본적인 사회질서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교육에 참여한 한 아이는 “법(法)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헌법(憲法)은 국가의 기본 법칙이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세우며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하거나 형성하는 최고의 규범이다. 필자의 초등학교 『학교생활통지표』 ‘행동발달상황’란에는 ‘준법성(遵法性)’을 비롯한 15개 항목이 있었다. ‘준법정신(遵法精神)’은 법을 지켜나가는 정신이다. 그러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준법성을 고양(高揚)시키려는 교육적 의도(意圖)였다. 사회의 모든 법과 규범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과 사회 정의를 실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공공의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럼에도 꼭 지켜져야 할 법을 어긴 사람들이 훗날엔 사실로 밝혀질 자신의 범법(犯法) 행위를 인정하기보다는 우선 당장 모면해 보려는 생각에서 자기 합리화(合理化)에 급급해 하는 모습은 청소년들이 실천하려는 준법정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 국가와 국민이 민주국가로 발전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른이나 아이를 막론하고 준법교육(遵法敎育)이 필요하다. 올해로 일흔 세 번째 제헌절을 맞으면서 우리의 청소년(靑少年)들이 준법성(遵法性)이 강한 건강한 민주시민(民主市民)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旣成世代)들은 법(法) 준수(遵守) 모범(模範)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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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7-17
  • [이현환 칼럼]노인(老人), 『지혜(智慧)의 보고(寶庫)』로 존중해야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 중에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것들이 많다. 그 중에 젊은이들이 노인을 폭행하거나 욕설하는 장면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부모가 도대체 어떻게 가르쳤기에 저러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철 안에서 중학생들이 노인을 폭행하고, 노약자석에서 어른에게 대드는 장면은 모두를 경악시켰다. 남학생에게 팔꿈치로 맞고, 목이 졸리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노인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바른 자세로 앉으라”는 충고를 던졌다가 세상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봉변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이 중학생들에게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노인학대죄)를 적용해 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가리켜 동쪽에 예의를 잘 지키는 나라라는 뜻으로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했는데 어쩌다 요지경이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2006년 국제연합(UN)이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을 제정한 걸 보면 노인 학대에 대한 심각성은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의 노인 학대 증가 원인을 급속한 고령화 현상, 노인 인구의 증가, 가족 구조의 변화, 가족부양기능이 약화에서 찾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사회구조가 어떻게 변하든 그것이 노인 학대의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노인들은 존경받을 분들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노인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된 우리나라가 6.25전쟁으로 폐허된 자리에서 보릿고개의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새마을 운동을 통해 오늘의 부강한 대한민국을 일궈낸 주역들이다. 뿐만 아니라 지식(知識)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는 『지혜(智慧)의 보고(寶庫)』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도서관(圖書館)이 배움과 정보를 얻는 지식의 창고라면, 노인들은 그분들의 삶 속에 녹아난 지혜와 경륜을 지니고 있는 보고(寶庫)라는 의미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똑같이 생긴 말 두 마리를 두고 어미 말과 새끼 말을 구별하는 방법, 네모난 나무토막의 위와 아래를 가려내는 방법, 재로 새끼를 꼬는 방법 등의 답을 노부모로부터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천재가 경륜을 이기지 못하고 경륜이 연륜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나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그리스 격언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가정은 물론 국가나 사회는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배우고 활용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다는 격언이 아닐까. 어른(노인)을 공경하라는 말이 잔소리로 들리는 세상이 되었지만,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뒤 노인이 될 청소년들에게 조언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생 경험을 노인들의 지혜에서 배우고, 노인들을 내 삶을 윤택케 해 줄 『지혜(智慧)의 보고(寶庫)』로 존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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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7-09
  • [이현환 칼럼]자녀에게 관람(觀覽) 예절 가르쳐야
    지난 3월 국내 한 전시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철없는 20대 남녀가 유명 그래피티(graffiti) 작가의 벽화에 낙서해 작품을 망친 황당한 사건이다. 전시 기획사는 경찰에 이들 남녀를 신고했다가 나중에 취하했다. 이들 남녀가 “벽에 낙서가 돼 있고, 붓과 페인트가 있다 보니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한 말을 믿고 작품 훼손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판단으로 신고를 취소한 것이다. 지난 5월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 거장 화백이 그린 억대의 예술작품을 어린 아이들이 훼손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 화백은 너그럽게도 “아무 문제도 삼지 말라”며 용서했다. 이 사건의 과정은 이러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작품 전시관에 들어온 두 아이는 작품이 신기한 듯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작품을 밟고 올라서는 것은 물론 그 위에 눕기까지 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행동은 가관이었다. 아이들의 행동을 말리기보다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 옆에는 ‘눈으로만 감상해주세요’라는 주의 문구가 적혀있었고, ‘어린이가 올바른 관람을 할 수 있게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라는 안내문도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들 부자의 눈엔 이 문구가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이들 부자의 무도한 행동에 작품은 심하게 훼손됐다. 미술관은 화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화백은 화내기는커녕 “아무 문제도 삼지 말라”며 미술관을 다독였다. 그러면서 화백은 “애들이 뭘 압니까, 어른이 조심해야지. 그래서 더 이상 얘기할 것 없다”며 “나도 자녀와 손자들이 있기에 용서하고 싶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30~40년 전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 다오’라는 CF 광고가 있었다. 개구쟁이는 사전적 의미로 ‘철없이 짓궂은 장난을 즐기는 아이‘를 뜻한다. 장난이나 말썽을 피우는 것이 용납되는 아이를 일컫는 애칭(?)이기도 하다. 철없는 아이들의 조그만 잘못을 덮어주고 용인해 주는 어른들의 넓은 아량이 개구쟁이라는 단어에 녹아 있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좋든, 나쁘든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의 일탈(逸脫)된 행동을 “그냥 둬~, 아이니까 그러지~”라고 면죄부를 주면 이 아이는 남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피해를 주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혼신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훼손했음에도 너그러이 용서한 기획사와 화백의 아량은 좋은 미덕임에 분명하다. 철없는 아이들의 행동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부추기듯 사진까지 찍는 아버지의 행동은 문제가 있다. 아이들의 행동을 만류하거나 바른 감상태도를 교육하기는커녕 그 모습을 사진 찍어주며 즐기고, “아이들이 작품을 만지면 안 되는지 몰랐던 것 같다“고 변명하는 아버지는 되지 말아야지 않겠는가.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을 아이에게 교육해야 할 책임은 부모와 어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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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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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칼럼]학교폭력, 공들여 쌓은 탑 무너진다.
    옛날 학창시절, 대략 1990년도 후반까지만 해도 그저 어렸을 때의 철없는 일탈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 행위들이 오늘날은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의 범죄 행위가 되고 있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모욕, 공갈, 강요 및 따돌림은 물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특히 불량 학생들끼리 싸움하는 정도를 넘어 약자를 집단적으로 장기간 괴롭히는 반인륜적 가해 행위는 매우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간주된다. 한 달 전 A씨는 모 방송사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B씨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하고, B씨로부터 왕따, 폭력, 협박, 모욕, 욕설 등 온갖 학교폭력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B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저로 인해 고통 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며 드라마 하차를 결정했다. 가수의 꿈을 키워 온 J씨 또한 트롯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중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된 학교폭력 의혹을 인정하고 자진 하차했다. J씨는 “저의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까지도 ‘트라우마(trauma)’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저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며 자진 하차를 선언했다. 뒤이어 배구선수였던 자매들도 과거 학교폭력 전력으로 인한 무기한 출장정지(出場停止) 처분과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10년, 15년 전 초·중·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땀 흘리며 피나는 노력으로 얻은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가해자들은 학창시절 잠깐 잘못했던 일이라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 피해자들은 당시에 당한 폭력이 트라우마로 남아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기의 학교폭력 발생은 별다른 생각 없이 단순한 장난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철없는 아이가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말이다. 돌을 던진 아이는 장난이었다고 말하지만 결국엔 가해자가 된다. 조사보고에 따르면 가해자의 장난스런 행위가 피해자에게는 극단적인 자살 충동을 느끼며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를 괴롭히는 일도 삼가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앞서 말한 연예인들의 사태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자는 반드시 불이익을 당한다는 교훈과 학교폭력 가해자는 결코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친구에게 가한 사소한 폭력이나 장난이 약자 입장에서는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청소년들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생명존중 의식과 준법의식을 생활화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폭력행위는 영화나 방송 매체에서 보여주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행위를 모방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매체 관계자들은 고민해야 한다. 우리 미래의 주역인 학교 밖 청소년들과 초·중·고등학생들이 학교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는 물론 국가 사회의 각 기관 모두가 학교폭력의 예방과 해결에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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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4-08
  • [이현환 칼럼]“당신의 3초가 숲의 100년을 지킵니다”
    화창한 날에 고희(古稀)를 넘긴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산을 오르며 울창한 삼림(森林)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아~ 저렇게 산에 나무들이 울창한 것은 우리가 어린 학창시절에 나무를 많이 심었던 결과 아니겠는가’라고. 실(實)로 그렇다. 일제강점기의 무분별한 채벌(採伐)과 난방 연료를 위한 땔감 채취(採取), 그리고 6.25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산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50~60년대를 살아온 세대들은 식목일이 되면 떠오르는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학년별·학급별로 동원되어 산에 식수를 하고, 개인적으로는 일인일식수(一人一植樹)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선생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집 마당 한 쪽 귀퉁이에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다. 소나무 보호를 위해 대나무로 만든 집게나 나무젓가락으로 소나무에 붙어있는 송충이를 잡아내는 행사(?)를 했던 기억 또한 생생하다. 당시 학생들은 가슴에 ‘산림녹화(山林綠化)’, ‘나무 심기’등의 리본을 패용했고, 관공서 등에서는 플래카드(placard)를 게시하여 홍보했다. 학교에서의 애림사상교육(愛林思想敎育)과 전국의 관공서·직장·학교·군부대·마을 단위의 식목행사로 산림녹화에 힘쓴 결과 당시 붉은 황토가 드러났던 대다수의 산들이 지금은 울창한 숲으로 우거져 있다. TV에선 “당신의 3초가 숲의 100년을 지킵니다”라는 산불예방 광고를 한다. 그럼에도 과거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는 국민적 노력으로 이룬 울창한 숲이 어느 날 산불로 인해 소실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통계에 따르면 연간 43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는데 그 면적은 연평균 축구장 1,200여개 넓이에 해당된다고 한다. 산불의 원인 90%는 담뱃불이나 취사에 의한 실화이고, 산불로 소실된 숲을 복원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발화시작으로부터 불을 끄는 시간 3초만 지키면 숲의 100년을 지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산불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소방청 관계자는 “춥다고 불을 피우는 경우, 취사하다가 불이 옮겨 붙은 경우, 불을 피운 다음에 불을 완전하게 끄지 않을 때 산림화재 발생이 많다”고 한다. 결국엔 산을 찾은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 발생이 대다수라는 말이다. 매년 2월~5월로 이어지는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준수하고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인한 산불 예방 및 산림 훼손을 예방하는 일에 국민들 모두가 배전의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식목일을 맞으면서 문득 초등학교 시절 벌거숭이산 퇴치(?)를 위해 선생님과 함께 목청껏 불렀던 ‘메아리’노래가 떠오른다.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 부르면 반가이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벌거벗은 붉은 우리 산엔 살수 없어 갔다오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가 살게 시리 나무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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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4-05
  • [이현환 칼럼]『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현대적 교훈
    맹자(孟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중국 유가철학의 대표 사상가다. 그의 이름을 딴 문헌 맹자(孟子)는 덕(德)을 중요시 하는 왕도정치철학서로, 군왕이나 군신들의 필독서로 여겨져 왔다. 그의 학설과 문헌은 무려 2천30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해져 오고 있다. 그의 위패(位牌) 또한 우리나라 모든 향교(鄕校)에 배향돼 춘계·추계 대제 때마다 유림들이 존경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통틀어 위대한 스승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를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인물로 키운 원동력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다.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 곳으로 이사했다는 뜻의 한자어다. 교육은 주변환경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 맹모삼천지교는 패러디 영화로 제작될 만큼 익히 알려진 맹자의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맹자는 처음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다. 하루 종일 상여소리나 유족들이 곡하는 소리를 들은 탓에 무덤을 파고 장사지내는 흉내를 내며 놀았다. 이곳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 맹자 어머니는 다음엔 시장(市場) 근처로 이사했다. 이곳에서 맹자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놀이만 했다. 맹자 어머니는 주변 환경에 따라 놀이에 열중하는 맹자의 특성을 발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마지막 세 번째 서당(書堂) 근처로 이사했다. 서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맹자는 그곳에서 예법을 배우고 책읽기에 열중하여 공자와 더불어 당대 중국 최고의 사상가로 존경받는 사람이 됐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맹자 어머니 못지않은 열정과 희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한국의 교육정신을 배우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 극성인 ‘헬리콥터 맘’들은 맹모삼천지교의 참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녀의 특기·적성·재능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명강사가 가르친다는 학원을 찾는가 하면, 24시간 아이를 통제하고 조정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말이다. 맹모삼천지교는 결과적으로 서당 근처로 이사해 성공했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맹자는 공동묘지 근처에 살면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달았다. 시장에선 수요와 공급의 법칙 등 경제 원리를 배웠다. 서당에선 예법과 학문을 배우고 익혔다. 공동묘지, 시장, 서당 등에서 맹자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 맹자의 어머니는 다양한 현장체험학습 방식을 택한 훌륭한 교육자였다. 현대의 학교는 맹모삼천지교의 산 교육장이다. 현장체험학습, 방과후학교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꿈을 설계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특기·적성 및 진로탐색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탐구, 관찰, 조사, 분석 능력을 신장시켜 자기 주도적 학습태도를 갖게 하고, 자신의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는 현장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다양한 환경 체험을 통해 자기의 삶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맹자처럼 지금의 학교와 학부모, 학생 모두 맹모삼천지교의 진정한 가치를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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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3-29
  • [이현환 칼럼]우리 청소년들, 어디서 더 많이 배울까?
    ‘청소년은 어디서 무엇을 배우는가?’라는 질문에 일반적인 답변은 ‘대부분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운다’이다. 때문에 청소년들이 일탈했다는 뉴스를 보면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쳤기에 저 모양 저 꼴이야’라고 학교와 선생님을 탓한다. 우리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은 가정이다. 가족과 함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요람이다. 어려서는 가정생활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고, 부모의 삶을 보면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습득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유아교육으로부터 시작해 초·중·고등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교과 내용은 물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친구들과 더불어 가정보다 더 넓은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시간적, 내용적으로 제한되어 있기에 아이들은 학교에서보다 학교 밖에서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실제로는 사회 현상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운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 브론펜 브레너(Urie Bronfenbrenner)의 생물생태학적 이론에서 ‘아동은 아동을 둘러싼 모든 환경과 그 환경들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아 성장하게 된다’고 했다. 개인이 속한 사회의 이념이나 제도 등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요소들은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에 나오는 사람들의 올바르지 못한 민낯을 접한 우리 청소년들은 무엇을 배울까? 사회 지도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정직하지 못한 일에 대해 자기변명에 급급하고, 사회 정의를 부르짖고 옳은 것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실제의 삶은 그러하지 못한 모습들을 접한다면 말이다. 청소년들의 태도, 가치, 관습 등 삶의 방식은 학교에서의 가르침보다 사회와 그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 사람들로부터 받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청소년들의 존경과 꿈의 대상이 되는 국가 사회의 리더들은 공정사회를 이끌어야 가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의 그릇된 성인들의 삶을 과감히 떨치는 모범을 우리 청소년들에게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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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3-22
  • [이현환 칼럼]「부모찬스」는 빗나간 「부모력」이다.
    한 취업 회사가 2040세대 성인 남녀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성공의 조건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결과는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뒷받침 돼야 할 조건 1위를 ‘부모님의 재력’으로 꼽았다. 기성세대들 중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믿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금, 은, 동, 흙수저라는 수저계급(?)이 등장하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개천에서 용쓴다’는 비아냥거림이 되었다. 작년 12월 모방송사가 발표한 다이아몬드 수저 스타들의 순위를 보면 1위에서 10위에 속하는 스타들 모두가 굴지의 재벌기업가 자녀들이었다. 그러니 요즘 청소년들에게 ‘꿈이 뭐냐?’하면 「재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최상위 수저인 다이아몬드 수저보다 더 상위 수저는 「부모 찬스」라고 한다. 부모찬스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현상은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어김없이 대두되는 자녀의 입시·군대·취직 문제 등에서 볼 수 있다. 부모찬스를 만드는 부모는 자녀에게 우월한 물질적 자산과 문화 자본을 투입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앞선 조건에서 출발하는 출발선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런 부모들의 반칙 행위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해치는 동시에 청소년들로 하여금 좌절감 내지는 박탈감을 갖게 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자녀가 잘되기를 소망한다. 몇 년 전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는 공익광고가 있었다. 부모는 자녀가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며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기다려준다. 하지만 학부모는 자녀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부모의 개입이나 도움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갖는 사회 리더 계층의 부모들은 자녀 성공에 대한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결코 ‘아빠찬스’, ‘엄마찬스’라는 「부모찬스」가 유능한 「부모력」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부모력(父母力)은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갖추어야 할 자질(언행, 가치관)이나 능력(인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은 부모의 삶이 곧 자녀교육의 교과서가 된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에선 부모찬스가 아닌 부모력이 더욱 요구된다. 지난 학년도에 비해 금(今) 학년도에는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 교사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해 내는 학교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반의 준비를 했으리라 생각한다, 학부모들도 자녀에 대하여 조급해 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 ‘부모찬스’보다는 ‘부모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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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3-04
  • [이현환 칼럼]청소년들의 낮은 역사의식, 누굴 탓하랴
    삼일절이 되면 여러 기관에서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에 대한 조사 결과(통계)를 발표하면서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이 낮다고 지적한다. ‘3.1절이 무엇을 기념하는 날인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3.1절을 우리나라 독립을 기념하는 날로 알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유관순 열사가 누군지도 모른다. 3.1절을 삼점일절이라 읽는다’라는 통계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성인들의 역사의식은 어떤가? 통계는 성인들도 3.1절을 정확하게 인식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지적한다. 모 일간지는 지나가던 시민 100명에게 3·1 운동과 관련한 질문 4개를 물었는데, 모두 정확히 답한 사람은 50대에 속하는 9명에 불과했고 한 문제도 대답하지 못한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또 다른 통계는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3.1운동이 일어났던 해를 물은 결과 32%만이 정확하게 답했고, 절반가량은 '모른다'고 답하거나 응답을 거절했다. 심지어는 3.1절이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인들의 역사의식이 이러니 어찌 청소년들만 탓할 수 있겠는가? ‘삼일절이 무슨 날이냐?’고 묻는 아이에게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른 날'이라는 정도로만 답해 주는 어른들의 무관심한 역사의식이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낮게 한 것은 아닐는지. 50~60년 전엔 삼일절이 되면 학교 운동장에 모여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를 게양(揭揚)하고 애국가를 제창한 다음 교장선생님의 기념사를 들었다. 교장선생님의 기념사가 마치면 삼일절 노래를 부르고 교장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만세 삼창을 하면 기념식이 끝났다. 중요한 것은 교장선생님의 기념사에는 삼일절 만세운동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유관순 열사의 나라사랑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나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으나, 나라를 잃어버린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이다”라며 죽음을 맞이했다는 유관순 열사의 애국정신이다. 이제 또 다시 3.1절을 맞으면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하루 쉬는 날이기보다는 삼일절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 애국애족(愛國愛族)이란 말이 구태(舊態)해진 현실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희석시키는 결과가 된 듯해 아쉬운 마음이다. 이제라도 우리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이 낮다고 탓하기 보다는 삼일절을 비롯한 국경일과 국가기념일에 대한 학교에서의 계기교육(契機敎育)이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물론 국가 사회를 세워나가는 기성세대들이 역사의식을 높여 청소년들의 애국적 국가관 확립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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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2-24
  •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아야.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이 사자성어의 유래는 이렇다. 어느 날 배나무밭에서 일하던 농부는 탐스럽게 잘 익은 배 하나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봤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배가 속절없이 땅에 떨어진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던 순간. 때마침 배나무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힘찬 날갯짓 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를 본 농부는 ‘까마귀 때문에 배가 떨어졌다’ 생각하고 까마귀를 원망했다. 사실 까마귀가 날아간 것과 배나무에서 배가 떨어진 것을 인과관계라 할 수 없지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는 사람들은 농부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며 오해를 일으킬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매사에 조심하라는 뜻이다. 어느 날 임금님 앞에 붙들려온 죄인이 자기의 죄를 변명했다. “임금님, 제게 죄가 있다면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교훈을 지키지 않았을 뿐입니다.” 한 학생이 화단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려고 화단 안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이를 본 선생님은 “왜 화단에 들어가느냐”며 야단을 쳤다. 학생은 쓰레기를 주우려 했던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선생님의 꾸중이 억울했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의혹(疑惑)’과 ‘의심(疑心)’이란 말을 자주 접한다. 의심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으로 주관적인 것이고, 의혹은 ‘의심하여 수상히 여기는 것’으로 객관적인 것이다. 공직 후보자 청문회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단순히 의혹일 뿐 실제(實際)가 아닌 중상모략이라며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후보자의 모습을 종종 본다. '군자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방비하고(君子防未然), 의심받을 곳에 서지 않는다(不處嫌疑間)'고 했다.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스스로 경계(警戒)하고 성찰(省察)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昨今)에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당하고 싶은 말이다. 청소년들이 의심받을 자리에 있지 않고, 있는 자리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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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2-18
  • [이현환 칼럼]올 설은 대중적 명곡『향수(鄕愁)』로 고향(故鄕)을 추억해보자
    ‘고향(故鄕).’ 명절이면 자연스레 나오는 대명사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뜻함과 정겨움, 그리움과 애틋함 그리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단어다. 처음부터 도시서 나고 자란 사람은 몰라도 먹고 살기 위해 농촌 지방을 떠나 도시로 향했던 사람들은 명절이면 그리운 고향을 찾아 고행길을 나선다. 보고 싶은 부모형제, 일가친척 그리고 옛 고향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힘들고 지친 귀향길도 꽃길만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어김없이 고향을 추억케 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1927년 발표된 정지용 시(詩)에 1989년 김희갑이 곡을 붙인 「향수」란 노래가 있다. 설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떠오르게 하는 대중적인 명곡이다. 이 곡은 성악가 박인수와 대중가수 이동원이 듀엣으로 불러 더 많은 국민적 사랑을 받으면서 유명해진 노래다. 정지용의 시에 음을 붙인 노래 ‘향수’는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추억거리들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개천이 흐르고 황소의 울음소리가 있는 곳, 질화로에 담긴 추억이 있고, 이마에 주름 가득한 늙으신 아버지가 계시는 곳,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곳, 예쁜 누이가 있는 곳, 저녁이면 온 식구 등잔불 아래 모여 정답게 얘기하던 곳 등이 그것이다. 그러기에 시를 읽거나, 노래를 듣노라면 시인이 살아낸 1920년대와 우리가 살아온 오늘의 환경이 현저히 다름에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만큼은 동일하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후렴구로 반복되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배가(倍加)시킨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가슴을 울렸던 고복수의 「타향살이」를 비롯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향을 추억하며 향수에 젖게 하는 노래는 셀 수 없이 많다.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 형제 이 몸을 기다려…’로 시작하는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고향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눈물짓게 하는 노래다. 김상진이 부른 「고향이 좋아」는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에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라 노래한다. 고향을 예찬하는 노래다. 최근 트로트가수 임영웅이 불러 영상 100만뷰를 돌파한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는 ‘꿈을 잃은 사람아, 정을 잃은 사람아 고향으로 가자’며 고향의 소박한 것들이 자기를 반겨줄 것이라는 믿음을 노래하고 있다. ‘올 설엔 직접 방문은 자제하고, 세배는 온라인으로!’라며 고향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대형 포스터가 서울 도서관 외벽에 걸렸다. 지난해로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설에도 고향 방문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 아쉬움이 크다. 정부는 이번 설 연휴에 같이 사는 직계 가족이 아니라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고, 위반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고 한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 대책이다. ‘찾아뵙지 않는 게 효(孝)입니다’라는 익숙하지 않은 문구와 함께 아쉽고 또 아쉽지만 이번 설 연휴는 「향수」를 비롯한 고향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안방(?)에서 고향을 추억해 보련다. 어릴 적 꽁꽁 얼어버린 논바닥에서 팽이치기, 썰매타기, 연날리기 등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고향 정경들을 떠올리면서. 아직도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 중인 만큼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방역 대책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협조해야겠다는 마음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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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2-10
  • [이현환 칼럼]‘4분33초’가 주는 포용(包容)의 교훈
    미국의 작곡자 존 케이지(John Milton Cage Jr.)는 우연성 음악의 개척자이자 전위 예술가다. 1952년 작곡한 그의 대표작 ‘4분33초’는 지정해놓은 시간 동안 연주자에게 연주하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 곡은 존 케이지가 방음 시설된 하버드 대학교의 빈 방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빈 방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존 케이지는 그곳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 존 케이지는 “완벽한 무음은 없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4분33초’를 작곡했다. 이 곡의 연주는 이렇다. 먼저 연주자가 소개되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주자가 등장하여 인사한다. 연주자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4분33초동안 악보를 응시하다가 다시 피아노 뚜껑을 닫는다. 연주자는 일어서서 관객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무대에서 퇴장한다. 연주가 끝난 것이다.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던 ‘4분33초’는 침묵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1,2,3악장 연주가 모두 끝난 것이다. 청중들은 이 곡이 음의 길이에 대한 지시가 따로 없고, 연주 시간만 정해져 있는 악곡이란 것을 몰라 의아해하거나 분노한다. 연주 없는 4분33초동안 청중들은 기침도 하고, 옆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왜 연주하지 않는가”라며 불평도 한다. 이런 소리와 함께 연주자의 동작에서 나는 소리를 비롯해 공연장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청중들로 하여금 듣게 한다. 존 케이지는 음의 재료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작품 ‘4분33초’는 꼭 악기로 연주 되는 소리뿐만 아니라 소음조차도 음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보여줬다. ‘4분33초’는 어떤 악기든지 소리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청중들에게 악기 소리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음악이다.(Everything we do is music)’라는 존 케이지의 편견 없는 생각이 만들어 낸 음악이다. 존 케이지의 이런 생각은 내 말이 아닌 남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포용(包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내편)는 옳고, 너(상대편)는 틀리다”는 주장들로 개인 간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매일 매일의 뉴스들을 접하면서 ‘4분33초’가 주는 포용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음악의 소리라 인정하지 않는 소음까지도 음악의 소리라 인정한 존 케이지처럼, 공평과 공정이 바로 세워지고 서로의 다름이 인정되며 상대편을 너그럽게 감싸주는 포용력(包容力)이 우리 국가 사회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 오늘마당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2-03
  • [이현환 칼럼천 냥 빚을 갚을만한, 리더의 말 한마디
    행정안전부는 2018년 10월 18일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객응대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음성안내)를 시행하고 있다. 공공기관 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원 보호와 효과적인 상담 진행을 위해 통화 연결음과 종료음 표준안을 마련한 것이다. 요즘엔 영상 통화가 빈번해졌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전화는 음성만으로 모든 것을 전달한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 태도를 보면서 대화하는 면대면 의사소통은 친절과 불친절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음성에만 의존하는 전화는 비대면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말투만으로도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상담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통화 연결음이 들린다. “지금 통화하게 될 이 직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아빠가 상담드릴 예정입니다.” 이 멘트에는 콜센터 상담원을 소중한 가족이라 여기고 전화예절을 갖춰 상담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가 하면 이런 멘트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 등을 하지 말아 주세요.”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 폭행, 욕설 시에는 상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멘트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강한 경고성 멘트로 불쾌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통화 연결음이다. 며칠 전 70대 노인으로부터 전화 상담을 하다가 마음 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안내를 받으려 하는데 상담원의 말이 너무 빠르고 목소리가 작게 들려서 핸드폰의 스피커를 켜고 통화를 했다. 그래도 잘 들리지 않아 두어 차례 천천히 다시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상담원은 “스피커를 끄세요”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계속해서 상담원의 말투는 불편하게 들렸고, “말을 천천히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여전했다. 많이 불쾌하고 속이 상했지만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 등을 하지 말아주세요”, “폭행, 욕설 시에는 상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성 연결음이 생각나 참았다고 한다. 그러다 더 이상 상담하고 싶지 않아서 상담원의 이름을 말해 달라고 했는데 퉁명스런 빠른 말투로 말하는 바람에 누구라는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혼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화를 삭이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전화한 상담원의 팀장이라면서 “모니터링 중에 우리 상담원이 고객님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우리 상담원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상담원이었는데, “죄송하다”는 팀장의 정중한 말 한 마디에 속상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그라지고 오히려 “친절하게 전화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새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자기가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기 구성원의 잘못을 대신 사과해 주는 자세는 천 냥 빚을 갚을만한 리더의 말 한 마디였다. 모름지기 리더는 자기 구성원들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온 몸으로 막아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 폭행, 욕설 시에는 상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는 경고성 통화 연결음에 걸맞게 고객에 대한 상담원들의 친절도를 높이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고객은 왕이다’란 말이 유행했던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민도 더러 있다. 아직도 ‘고객은 왕이요, 고객은 항상 옳다’는 생각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갑질(?)’을 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사람들이다. 왕의 대접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고객으로서의 기본자세도 갖추어야 한다. 70대 노인이 겪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전화 예절(의사소통)은 어떠한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 오늘마당
    • 이현환 대표의 세상 돋보기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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