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14(화)
 


이현환 교육장.jpg
전 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어라이즈교육연구소 대표

 

행정안전부는 2018년 10월 18일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객응대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음성안내)를 시행하고 있다.


공공기관 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원 보호와 효과적인 상담 진행을 위해 통화 연결음과 종료음 표준안을 마련한 것이다.


요즘엔 영상 통화가 빈번해졌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전화는 음성만으로 모든 것을 전달한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 태도를 보면서 대화하는 면대면 의사소통은 친절과 불친절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음성에만 의존하는 전화는 비대면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말투만으로도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상담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통화 연결음이 들린다.


“지금 통화하게 될 이 직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아빠가 상담드릴 예정입니다.”


이 멘트에는 콜센터 상담원을 소중한 가족이라 여기고 전화예절을 갖춰 상담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가 하면 이런 멘트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 등을 하지 말아 주세요.”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 폭행, 욕설 시에는 상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


당연한 멘트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강한 경고성 멘트로 불쾌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통화 연결음이다.


며칠 전 70대 노인으로부터 전화 상담을 하다가 마음 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안내를 받으려 하는데 상담원의 말이 너무 빠르고 목소리가 작게 들려서 핸드폰의 스피커를 켜고 통화를 했다.


그래도 잘 들리지 않아 두어 차례 천천히 다시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상담원은 “스피커를 끄세요”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계속해서 상담원의 말투는 불편하게 들렸고, “말을 천천히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여전했다.


많이 불쾌하고 속이 상했지만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 등을 하지 말아주세요”, “폭행, 욕설 시에는 상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성 연결음이 생각나 참았다고 한다.


그러다 더 이상 상담하고 싶지 않아서 상담원의 이름을 말해 달라고 했는데 퉁명스런 빠른 말투로 말하는 바람에 누구라는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혼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화를 삭이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전화한 상담원의 팀장이라면서 “모니터링 중에 우리 상담원이 고객님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우리 상담원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상담원이었는데, “죄송하다”는 팀장의 정중한 말 한 마디에 속상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그라지고 오히려 “친절하게 전화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새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자기가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기 구성원의 잘못을 대신 사과해 주는 자세는 천 냥 빚을 갚을만한 리더의 말 한 마디였다.


모름지기 리더는 자기 구성원들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온 몸으로 막아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 폭행, 욕설 시에는 상담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는 경고성 통화 연결음에 걸맞게 고객에 대한 상담원들의 친절도를 높이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고객은 왕이다’란 말이 유행했던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민도 더러 있다.


아직도 ‘고객은 왕이요, 고객은 항상 옳다’는 생각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갑질(?)’을 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사람들이다.


왕의 대접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고객으로서의 기본자세도 갖추어야 한다.


70대 노인이 겪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전화 예절(의사소통)은 어떠한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태그

BEST 뉴스

전체댓글 0

  • 59565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천 냥 빚을 갚을만한, 리더의 말 한마디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