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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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어라이즈교육연구소 대표

  

 

‘고향(故鄕).’
 
명절이면 자연스레 나오는 대명사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뜻함과 정겨움, 그리움과 애틋함 그리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단어다.
 
처음부터 도시서 나고 자란 사람은 몰라도 먹고 살기 위해 농촌 지방을 떠나 도시로 향했던 사람들은 명절이면 그리운 고향을 찾아 고행길을 나선다.
 
보고 싶은 부모형제, 일가친척 그리고 옛 고향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힘들고 지친 귀향길도 꽃길만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어김없이 고향을 추억케 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1927년 발표된 정지용 시(詩)에 1989년 김희갑이 곡을 붙인 「향수」란 노래가 있다.
 
설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떠오르게 하는 대중적인 명곡이다.
 
이 곡은 성악가 박인수와 대중가수 이동원이 듀엣으로 불러 더 많은 국민적 사랑을 받으면서 유명해진 노래다.
 
정지용의 시에 음을 붙인 노래 ‘향수’는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추억거리들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개천이 흐르고 황소의 울음소리가 있는 곳, 질화로에 담긴 추억이 있고, 이마에 주름 가득한 늙으신 아버지가 계시는 곳,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곳, 예쁜 누이가 있는 곳, 저녁이면 온 식구 등잔불 아래 모여 정답게 얘기하던 곳 등이 그것이다.
 
그러기에 시를 읽거나, 노래를 듣노라면 시인이 살아낸 1920년대와 우리가 살아온 오늘의 환경이 현저히 다름에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만큼은 동일하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후렴구로 반복되는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배가(倍加)시킨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가슴을 울렸던 고복수의 「타향살이」를 비롯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향을 추억하며 향수에 젖게 하는 노래는 셀 수 없이 많다.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 형제 이 몸을 기다려…’로 시작하는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고향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눈물짓게 하는 노래다.
 
김상진이 부른 「고향이 좋아」는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에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라 노래한다. 고향을 예찬하는 노래다.
 
최근 트로트가수 임영웅이 불러 영상 100만뷰를 돌파한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는 ‘꿈을 잃은 사람아, 정을 잃은 사람아 고향으로 가자’며 고향의 소박한 것들이 자기를 반겨줄 것이라는 믿음을 노래하고 있다.
 
‘올 설엔 직접 방문은 자제하고, 세배는 온라인으로!’라며 고향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대형 포스터가 서울 도서관 외벽에 걸렸다.
 
지난해로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설에도 고향 방문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 아쉬움이 크다.
 
정부는 이번 설 연휴에 같이 사는 직계 가족이 아니라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고, 위반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한다고 한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 대책이다.
 
‘찾아뵙지 않는 게 효(孝)입니다’라는 익숙하지 않은 문구와 함께 아쉽고 또 아쉽지만 이번 설 연휴는 「향수」를 비롯한 고향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안방(?)에서 고향을 추억해 보련다.
 
어릴 적 꽁꽁 얼어버린 논바닥에서 팽이치기, 썰매타기, 연날리기 등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고향 정경들을 떠올리면서.
 
아직도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 중인 만큼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방역 대책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협조해야겠다는 마음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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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규

국민의 정서와 만인 공유의 감정이 절로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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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은 대중적 명곡『향수(鄕愁)』로 고향(故鄕)을 추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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