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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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어라이즈교육연구소 대표

  

미국의 작곡자 존 케이지(John Milton Cage Jr.)는 우연성 음악의 개척자이자 전위 예술가다.
 
1952년 작곡한 그의 대표작 ‘4분33초’는 지정해놓은 시간 동안 연주자에게 연주하지 말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 곡은 존 케이지가 방음 시설된 하버드 대학교의 빈 방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빈 방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존 케이지는 그곳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 존 케이지는 “완벽한 무음은 없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4분33초’를 작곡했다.
 
이 곡의 연주는 이렇다.
 
먼저 연주자가 소개되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주자가 등장하여 인사한다.
 
연주자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4분33초동안 악보를 응시하다가 다시 피아노 뚜껑을 닫는다. 연주자는 일어서서 관객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무대에서 퇴장한다. 연주가 끝난 것이다.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던 ‘4분33초’는 침묵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1,2,3악장 연주가 모두 끝난 것이다.
 
청중들은 이 곡이 음의 길이에 대한 지시가 따로 없고, 연주 시간만 정해져 있는 악곡이란 것을 몰라 의아해하거나 분노한다.
 
연주 없는 4분33초동안 청중들은 기침도 하고, 옆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왜 연주하지 않는가”라며 불평도 한다.
 
이런 소리와 함께 연주자의 동작에서 나는 소리를 비롯해 공연장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청중들로 하여금 듣게 한다.
 
존 케이지는 음의 재료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작품 ‘4분33초’는 꼭 악기로 연주 되는 소리뿐만 아니라 소음조차도 음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보여줬다.
 
‘4분33초’는 어떤 악기든지 소리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청중들에게 악기 소리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음악이다.(Everything we do is music)’라는 존 케이지의 편견 없는 생각이 만들어 낸 음악이다.
 
존 케이지의 이런 생각은 내 말이 아닌 남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포용(包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내편)는 옳고, 너(상대편)는 틀리다”는 주장들로 개인 간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매일 매일의 뉴스들을 접하면서 ‘4분33초’가 주는 포용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음악의 소리라 인정하지 않는 소음까지도 음악의 소리라 인정한 존 케이지처럼, 공평과 공정이 바로 세워지고 서로의 다름이 인정되며 상대편을 너그럽게 감싸주는 포용력(包容力)이 우리 국가 사회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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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33초’가 주는 포용(包容)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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