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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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어라이즈교육연구소 대표

 

1986년 온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 한 마디 유서를 남기고 꽃다운 학생이 스스로 세상을 던지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 후 이 학생이 남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글은 입시지옥을 지나는 대한민국 전체 학생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성적이 좋건 나쁘건 부모가 실망할까 봐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한 학생들의 속 깊은 절규이기도 했다.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학생들의 일상어가 됐고, 소설과 노래,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맞다. 정답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다.
 
청소년기를 지나 어느덧 자녀를 둔 성인들도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생각은 괴리가 억만년만큼 차이가 크다.
 
1986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쓴 학생과 같은 시대를 겪어온 성인들도 학부모가 되어서는 어찌 된 영문인지 기성세대와 똑같은 현실의 길을 걷고 있는 게 다반사다.

어떻게라도 자녀의 성적을 높여 좋은 대학에 보내고,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얻게 되면 삶이 풍족해지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게 부모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은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란 말을 매일같이 듣고 있다.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
 
공부라는 답만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꼴찌 수준인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좋다.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어른들의 말을 믿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면 과연 행복해질까?
 
미국 한 연구소가 20년간 1,500명을 대상으로 부를 축적하는 각자의 직업 선택 방식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 중 101명이 억만장자가 됐고, 그 중에 1명을 제외한 100명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국민 요리사 백종원은 2017년 모 방송사 연예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이 자리에 섰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머리가 뛰어난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부지런한 사람은 일을 즐기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수능이 끝났다. 학생 대부분 수능 결과에 따라 진로 결정을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성적에 앞서 자신의 행복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청소년들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목표를 향해 즐기면서 노력해 보았으면 좋겠다.
 
퇴직한 교육자로서, 무엇보다 성인이 된 자식을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 진실로 전하는 당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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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좋아하는 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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