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7(금)
 
이현환.jpg
이현환 전 익산교육장의 세상 돋보기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이들로 민족의 대이동을 이룬다.


하지만 금년 추석명절은 코로나19로 인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야 할 때라서 고향 방문이 조심스런 형국을 맞게 되었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몇 주일 후에 바다로 내려가 4~5년 성장한 뒤 산란을 위해 자기가 태어난 고향 강으로 돌아오는 모천(母川) 회귀본능이 있다.
 
연어가 모천(고향)을 찾아가는 길은 바다에서부터 거친 물결을 가르며 수천 킬로미터를 거슬러 강까지 올라가야 하는 힘겹고 어려운 여정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고향은 연어의 모천과 같은 곳이다.
 
고향은 부모형제 일가친척들이 있는 곳이고 어린 시절 꿈을 키우며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명절이 되면 연어가 사력을 다해 자신의 고향인 모천에 이르듯 힘들고 피곤함을 감내하면서 먼 곳에 있는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 역시 고향 회귀본능이 있어 고향집을 그리워한다.
 
내가 자란 고향집은 조선 말 실학자이자 항일 독립투사였던 해학 이기 선생의 생가다.
 
초등학교 시절의 내 고향집 뒤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다. 이곳은 철따라 저녁 무렵이 되면 잠자리들이 몰려와 잠드는 곳이요 호랑나비처럼 큰 나비들이 날아와 날개를 접고 쉬는 곳이었다. 그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새들이 깃들어 쉬다가 날이 밝아올 때면 아름다운 소리로 새벽을 알려주는 곳이었다.
 
또 고향집 뒤뜰에 우뚝 선 커다란 감나무는 지금도 그대로 있는데 선풍기, 에어컨이 없던 그 옛날 무더운 여름날이면 밤낮없이 동네 어르신들이 부채를 들고 나와 감나무 그늘 아래서 정담을 나누며 피서(?)하는 곳이었다.
 
감나무에 대한 추억은 또 있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새벽잠을 깨워 애향단(동네)별로 모여 체조를 하고 마을길을 청소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동네 아이들은 이른 아침에 우리 집 감나무 밑에 떨어진 감꽃을 주워 실에 꿰어 목걸이, 손목 팔지 등을 만들었고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이니 나중엔 실에 꿴 감꽃을 하나 둘 빼먹곤 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우리 집 대나무 숲 뒤로는 블록 담이 만들어지고 마을길이 넓혀지고 지붕과 부엌 개량 사업 등으로 농촌 주택 현대화 사업이 있었는데 지금도 고향을 생각하면 5,60년 전 그 추억이 생생하다.
 
사람이 죽으면 아무개가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돌아가다”라는 말은 “다시 가다”의 뜻을 갖고 있다. “다시 가다”란 말은 이곳으로 왔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로 볼 때 “돌아가셨다”란 말은 곧 인간의 회귀본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돌아간단 말인가? 시인 천상병은 그의 시 귀천(歸天)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중략)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말한다.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그는 소풍과 같은 현재의 삶을 떠나는 날 영원한 하늘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하다.
 
명절이면 고향을 찾아가는 인간의 회귀본능이 있는 것처럼 오늘의 삶을 마치는 날에 내가 돌아갈 영원한 본향, 하늘나라를 사모하는 마음이 내게 있음에 감사하며 명절을 맞는다.

 

태그

BEST 뉴스

전체댓글 0

  • 09508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인간의 회귀본능(回歸本能)이 고향을 그리워하게 한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