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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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어라이즈교육연구소 대표

 

다섯 살 난 손자를 애지중지하는 할아버지가 최근 자기 집에 있었던 일을 친구들에게 소개한 내용이다.
 
잠깐 바깥나들이를 하고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는 집안에 있는 손자의 장난감이 부서져 있는 것을 손자를 불렀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누가 장난감을 이렇게 부서뜨렸지?"라고 물었다. 손자는 자기는 아니라며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시금 할아버지가 범인을 찾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다급해진 손자는 "엄마가 그랬어요"라고 대답했다.
 
"아니, 엄마가 네 장난감을 이렇게 부서뜨려 놓았다고? 네 엄마 오라고 해!"라는 할아버지의 호령에 잔뜩 겁먹은 손자가 엄마의 손을 끌고 할아버지 앞으로 왔다.
 
할아버지는 화난 기색으로 "엄마가 장난감을 이렇게 부서뜨렸다는데 정말 그랬느냐?"고 묻자, 엄마도 "제가 안 그랬는데요"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더 강한 어투로 "그럼 누가 장난감을 이렇게 부서뜨렸지?"라고 다그치자 손자가 엄마에게 주먹을 보이며 "엄마, 누가 그랬는지 가위바위보 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와 할아버지 눈치를 살피더니 그제야 바싹 무릎을 꿇고 울면서 "제가 그랬어요"’라고 고백하더라는 것이다.
 
함께 이야기를 듣던 할아버지 친구들은 "다섯 살 난 어린애가 참 영특하다", "어린애인데도 임기응변이 뛰어 나네", "어린아이가 어떻게 가위바위보 하자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라며 제각기 할아버지 손자를 호평(?)했다.
 
아마도 이 아이에게는 자기 나름의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문제를 잘 해 결해 준 든든한 엄마가 이 문제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천진난만한 다섯 살 아이가 누구로부터 '엄마 탓(남의 탓)'하는 법을 배웠을까?
 
고 김수환 추기경은 1990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의 골을 메우려면 자신부터 반성해야 한다"며 ‘내 탓이오’운동을 시작했다.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성경적 메시지였다.
 
역사상 가장 넓은 몽골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은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고 고백했다.
 
남 탓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문제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음에도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면 면책이 되거나 처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주변에서나 매스컴을 통해서 자기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나 집단이 자기를 보호해 줄 배경(background)이라 믿고 자기주장을 합리화하며 떳떳하다 주장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엄마가 그랬어요"라고 핑계대며 엄마를 자기 보호의 배경으로 삼는 아이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지금 당장은 쉬운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천진난만한 다섯 살 난 아이가 자기의 잘못을 엄마의 잘못으로 돌리려 했던 것은 남의 탓으로 돌리기를 잘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배운 건 아닌지말이다.
 
그렇다. 성인은 자라나는 청소년의 거울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남을 탓하기보다 "내 탓이오"라 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교훈 삼아 이를 실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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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랬어요" 핑계대는 아이, 어른에게 배운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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