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我是他非)』를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이현환 전 익산교육장의 세상 돋보기
아들, 딸 고이 길러 결혼시킨 부모가 어느 날 딸네 집에 갔다.
딸은 오랜만에 온 친정부모 곁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고, 사위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설거지를 했다.
친정어머니는 생각했다. ‘우리 딸 시집 참 잘 갔네. 부엌일까지 다해주는 남편 사랑받고 사는 게 참 좋다’고 말이다.
다음날엔 아들 집에 갔다. 아들은 부엌일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순간 울화가 치밀어 며느리에게 화를 냈다.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귀하게 키운 아들인데 궂은 부엌일이나 하고 있다니….’
대한민국의 여러 지식인들은 연말이 되면 지난 한 해의 사회상을 함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정하곤 한다.
깊고 건강한 정론지라 자평하는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아시타비(我是他非)』로 정했다.
아시타비는 똑같은 상황임에도 이중 잣대로 바라보거나, 남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경우를 뜻한다.
즉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의미다. 요즘 속어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겠다.
한 교수는 우리 사회 현상에 대해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아시타비 추천 이유를 밝혔다.
다른 교수들 역시 어느 사회든 나름의 갈등이 있지만, 올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정치와 사회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시타비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사위가 부엌일 하는 것은 괜찮고, 아들이 부엌일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어머니의 생각이 바로 아시타비다.
아시타비는 편견에서 기인한다.
맹자는 ‘자기중심의 시각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라’는 뜻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말했다.
또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돌아보라(治人不治反其智)’고 했다.
아시타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다.
조선시대 최고의 재상이라 일컫는 황희는 18년간 정승의 자리를 지내면서 태종, 세종, 문종 세 임금을 보좌한 사람이다.
그는 상생하는 정치, 빈부귀천을 구별하지 않는 정치,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는 정치, 인간 가치의 소중함을 인정하는 정치로 임금의 신뢰와 아랫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황희는 아시타비보다는 배려와 공존을 바탕으로 한 역지사지의 정치를 실천한 사람이다.
역지사지는 편견이 지배하는 사회의 갈등과 대립과 분열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접하면서 필자는 아시타비(我是他非)로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봤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1년이 아시타비(我是他非)의 삶이었다면, 새해엔 역지사지의 삶이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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