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주무부서 체육진흥과- 협의부서 도시재생과 ‘소통부족’ 재심의 않고 사업 진행 논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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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테니스장 경관심의를 통과한 설계안(좌측), 경관심의 없이 구조심의 통과한 설계안(우측)

 

테니스동호인들의 여망인 ‘마동 테니스공원 조성사업’이 수상하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상황이지만, 이에 앞선 경관심의를 놓고 뒤늦게 주무부서와 협의부서 간 책임공방이 벌어지면서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서 간 불통과 엇박자, 책임 떠넘기기는 물론 적법성 여부 논란까지 빚고 있다.
 
이런 마동 테니스공원 조성사업의 속사정을 <오늘익산>이 낱낱이 파헤쳤다.
 
주무부서이자 발주처인 익산시 체육진흥과는 26일 오전 사업 전말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동 테니스공원은 최초 2011년 설립계획이 수립됐다. 솜리문화예술회관 아래 마동 근린공원 내 64-8번지 3만6,065㎡ 면적에 테니스 전문구장과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
 
토지매입이 착착 진행되던 이 사업은 2016년 전면 백지화됐다. 당시 익산시 부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사업 취소로 내려온 국비 15억원이 반납됐다. 2013년 애써 만든 설계안도 무용지물이 됐다.
 
꺼진 마동 테니스공원 조성사업이 다시 불붙은 건 2017년. 정치계에서 국비를 다시 확보하면서 재추진의 불씨를 살렸다. 익산시는 그동안 사들이지 못한 잔여 토지매입에 착수했다.
 
사업이 무산됐다가 다시 시작되면서 사업비는 크게 늘었다. 2011년 80억원이던 사업비가 139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이중 토지매입비만 60억원 정도 소요됐다.
 
공개경쟁입찰로 선정된 설계업체를 통해 도출한 시설 조성계획은 인조잔디가 깔린 야외테니스장 14개 면과 막 구조물로 지은 1개 동의 실내테니스장 4개 면, 그리고 관리실.
 
익산시 체육진흥과는 어렵게 재추진된 이 사업에 공을 들였다.
 
2013년에 나온 설계안을 활용토록 했고, 특히 실내테니스장 건축을 위해 2019년 여름, 순창군으로 벤치마킹도 다녀왔다.
 
순창이 2015년 30억원을 들여 지은 실내테니스장의 골조 재료는 ‘알루미늄’이었다.
 
“알루미늄은 녹슬지 않고 페인트작업도 필요없어 유지관리비가 적게 든다”는 순창 공무원의 설명을 들은 익산시 체육진흥과는 알루미늄 골조로 실내테니스장을 건축키로 결정하고 설계에 반영토록 했다.
 
그러던 어느날 체육진흥과는 설계업체에 추가로 ‘철강관’ 골조의 실내테니스장 설계안을 주문했다.
 
“전북에 있는 막 구조물 제작·시공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지역업체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북에는 철강관 막 구조물 제작업체만 있고, 알루미늄 구조물 제작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는 상황.
 
체육진흥과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로 업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철강관 골조의 실내테니스장 설계안을 추가 주문했다”고 했다.
 
지난 3월 먼저 나온 ‘알루미늄 골조의 실내테니스장 설계안’은 4월 열린 경관위원회에서 재심의 결정을 받았다. ‘공원 기능은 없고, 체육운동시설만 있다’는 이유였다.
 
이후 나온 ‘철강관 골조의 실내테니스장 설계안’은 5월 열린 경관위원회에서 ‘조건부 의결’됐다.
 
‘옥외공간 조성시 수목 선정과 조경계획 시 조명 보완, 그늘막 조성 시 보행자 통행에 불편 없도록 하라’는 조건부 승인이었다.
 
이에 따라 실내테니스장은 나중에 설계된 철강관 골조로 진행되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러자 익산시테니스협회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알루미늄 골조로 지어달라”며 테니스동호인들의 연명을 받아 체육진흥과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주 이용자인 테니스동호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 체육진흥과는 큰 고민에 빠졌다.
 
경관심의를 통과한 실내테니스장 설계안은 테니스협회가 요구하는 알루미늄 골조가 아닌 철강관 골조여서 재심의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기 때문.
 
더욱이 두 설계안은 골조 재료는 물론 ‘외형 디자인’마저 달라 나중에 문제 될 소지가 있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알루미늄은 화재에 취약해 철강관 골조로 해야 한다”는 지역언론의 지적도 나온 상태였다.
 
그래서 알루미늄 골조 설계로 다시 경관심의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던 체육진흥과는 경관심의업무를 맡고 있는 ‘도시재생과’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체육진흥과는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도시재생과에 경관심의 재실시 여부 질의서를 보냈고, ‘재심의 대상이 아니다’는 회신을 받아 경관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알루미늄 골조 설계로 구조심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만약 재심의 대상이라고 회신하면 다시 심의를 받을 심산이었다”고도 했다.
 
또 “경관심의는 건축 구조물을 보는 게 아니라 건축물이 주변 경관 등과 잘 어울리는지 보는 심사이고, 구조심의는 건축법에 따라 구조물에 대한 심사를 하는 행정절차”라고 부연했다.
 
화재 취약 문제를 지적한 지역언론은 “경관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설계안으로 구조심의를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적법성 여부 논란을 들고 나왔다.
 
‘경관심의 받은 설계안으로 구조심의를 받는’ 통상적 행정절차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육진흥과는 도시재생과에서 받은 회신문서를 방패 삼아 적법을 주장했다.
 
회신문서는 ‘익산시 경관조례 31조 2(경관 심의 변경)의 규정에 의거, 경관위원회 재심의 대상이 아니며, 시설물의 유지, 관리 등에 필요한 경우 자체 처리하기 바람’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체육진흥과에 손을 들어주던 도시재생과는 <오늘익산>이 심층취재에 나서자 체육진흥과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도시재생과는 “공원은 사회기반시설 사업으로 사업비가 50퍼센트 이상 변경되어야 재심의 대상인데 이에 해당하지 않아 재심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적법성 논란의 요지가 있고 언론의 지적까지 있었던 내용을 전해 들었으면 판단은 달랐을 것이다. 체육진흥과에서 전후 상황을 잘 설명했더라면 ‘재심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과는 또 “이 사업은 재심의만 받았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체육진흥과에서 전후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바람에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자기네 책임을 우리 부서에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날을 세웠다.
 
결국 부서 간 ‘소통 부족’으로 빚어진 엇박자 행정, 책임 떠넘기기로까지 점철됐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된 마동 테니스공원 조성사업.
 
행정의 불신이 커진 상황이지만, 체육진흥과는 현재 시공사 선정을 위한 발주 절차에 돌입했다. 2021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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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엇박자, 책임 떠넘기기” 한심한 익산시행정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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